집사람과 나의 취미 중 하나는 보이차 마시기이다. 우리 부모님 덕분에 취미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데, 사실 차는 종류도 워낙에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에 비싸기도 비싸서 우리같은 젊은 사람이 접근하기 쉬운 취미생활은 아니다. 오늘은 보이차의 효능이나 임상적 작용 같은 전문적인 이야기보다는 그냥 우리가 마시는 차와 집사람과 내가 차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포스팅하고자 한다.

 

보이차 다구 세팅.

 

1. 팽주와 팽객, 보이차를 먹는데 필요한 도구.

 모든 다도의 기본이겠지만 다도에 있어서 차를 대접하는 사람을 '팽주'라고 하고, 차 대접을 받는 사람을 '팽객'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팽객은 주는 차만 마시고, 차를 씻고 따라주는 모든 작업은 팽주가 진행한다. 집사람은 우리 어머니께 차 우리는 것을 배웠는데, 그덕에 자연스레 '팽주'가 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팽객'이 되었다.

 보이차를 즐길때에는 기본적으로 차를 우리는 '호(빨간 주전자)'와 찻잔, 찻잎을 거르는 망과 차를 옮겨담는 '다관', 남은 차를 버리는 '차판'을 갖추고 시작한다. 호는 '자사'라는 흙을 사용하여 빚은 '자사 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자사 호는 사실 매우 비싸니까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유리로 된 다관으로 시작해도 무방하다. 

 

보이차 마시는데 사용되는 자사호와 찻잎.

 

2. 보이차의 종류

 보이차는 숙성시키는 방법에 따라 '숙차'와 '생차'로 분류하며, 또 보관하는 형태에 따라 '긴압차'와 '산차'로 분류한다. '숙차'는 어린 찻잎의 맛을 금방 내기 위하여 찻잎을 쪄서 만든 것이 숙차이다. 찻잎이 맛이 들기까지 오랜 기간동안 숙성이 필요한데, 그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하여 찌는 과정을 통해 그 기간을 압축시키는 것이다. 생차는 찻잎을 따서 자연스럽게 숙성을 시킨 차 인데, 10년까지는 사실 떫은 맛이 강해서 먹기에 부담스럽다. 적어도 15년은 되어야 먹기에 부담이 없어진다. 

 긴압차와 산차는 찻잎의 보관방법에 따른 분류인제, 찻잎을 떡처럼 뭉쳐서 보관하는 차가 긴압차(병차 외에 벽돌모양, 버섯모양 등이 있음)이고, 찻잎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산차이다. 위 사진에 나온 차가 '생차'이면서 '산차'인 차다. 위 차는 중국 운남성에서 80년대 초반에 생산된 찻잎으로, 약 40여년 간 숙성된 차인데, 단순히 맛만 따지자면 15년 정도된 숙병(숙차이면서 병차(넓은 떡모양 차)인 것)과 비슷하지만 그 맛의 깊이는 다르다. 하지만 찻잎은 지역과 생산연도, 보관하는 차창(창고)의 환경, 날씨 등 다양한 요소로 맛이 바뀌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꼈을때, 오래된 생차라면 숙차에 비해 좀 더 산뜻한 느낌이 있다.

 

보이차 우리기.

 

3. 보이차 마시기.

 보통 한번 마실때 보이차 8~10g을 넣고 우린다. 물은 1~1.5L를 100도로 팔팔 끓인다. 물은 식을때마다 끓여놓으며, 보통 한번 먹을 때, 8회 정도 우려낸다. 보이차를 마시기 전에 먼저 '세차'과정을 거치는데, 차를 씻어내는 과정이다. 찻잎을 넣은 호에 끓인 물을 넣고 약 5초간 우려낸다. 그리고 우려낸 물을 버리는 과정이다.

 

보이차 찻잎 세차하는 과정.

 

 세차 후 남은 물은 차판에 흘려버린다. 세차를 통해 불순물을 씻어내기도 하지만, 찻잎에 포함된 카페인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보이차 세차 후 다관에 옮기기.

 

 세차가 끝나고 물을 새로 부어 차를 우리는데, 차를 우리는 시간은 따로 없다. 그냥 물을 넣고 바로 다관에 옮기면 된다. 위 gif 이미지의 차 색을 보면 엄청 오래 우려낸 것처럼 보이는데, 물을 넣고 바로 따라내는 장면이다.

 

귀여운 자사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차, 3차, 5차, 7차(차를 우려낸 횟수)

 

  그리고 차를 마실때 재미있는 것이 바로 차의 색깔변화를 보는 것이다. 차를 매번 우릴때마다 맛도 변하고 색도 변하는게 이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보통 한 8차쯤 먹으면 차 맛이 많이 연해지는데, 아마 이쯤되면 배가 불러서 더 못먹을 것이다.

 

보이차 즐기기.

 

4. 찻잎의 처리

 차를 다 마시고 난 이후에 찻잎은 버리면 되는데, 차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그냥 버리긴 아깝다. 우리는 다 우려낸 찻잎에 물을 넣고 새로 끓인다음 식혀서 마신다.

 

8차까지 우려낸 보이차.

 

 차가 우러날대로 우러난 찻잎이건만, 물을 넣고 새로 끓이면 마치 새로 우려내는 것 만큼 진하게 우러나온다. 우리는 물 1.5리터를 넣고 20분간 약불에 끓여내는데, 그렇게 끓이고 나면 아래처럼 된다.

 

새로 우려낸 보이차.

 

 이걸 그대로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시면 또 새로운 맛이다. 

 보이차의 매력은 같은 차를 언제, 어떻게, 어떤 호에 우려서, 어떤 잔에 먹는지, 누구와 먹는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아직 초짜이지만, 주변에 보이차 마시기를 좀 홍보하고자 포스팅을 썼다. 차는 사실 워낙에 종류도 많고, 다양하며, 가격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딱이 어떤 것을 권하기가 어렵다. 그저 많이 마셔보고 본인에게 맞는 차를 마셔보라고 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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