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살부터 20대 중반까지 이태원에 살았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이라 그런지, 이태원은 나에게 있어서 뭔가 '마음의 고향'과 같은 느낌이다. 이태원을 떠나고 나서도 20살때부터 다니던 맛집들이 몇군데 있어서 주기적으로 이태원에 방문했는데, 몇년 전부터는 그 집들도 다 없어져서 방문도 뜸해져갔다.
그러다가 작년이었나? 집사람하고 이태원 부근에서 데이트를 했는데, 갑자기 치킨이 땡겨서 찾아보다가 발견한 집이 바로 '롸카 두들 내쉬빌 핫 치킨'이다. 내가 치킨을 그리 즐겨먹는 편이 아닌데, 이집 치킨은 정말 대박이다. 미국맛을 몰라도 추천하지만, 미국치킨 맛을 안다면 더더욱 추천하는 집이다. 요즘도 집에서 전화로 주문한 다음 픽업해 와서 먹는 집이다. 요즘엔 유명세를 타서 줄을 안서고는 매장에서는 먹을 수가 없겠더라.
롸카 두들 내쉬빌 핫 치킨은 이태원 거리에서 좀 벗어난 곳에 위치해있는데, 코레아노스 키친이 있는 언덕쪽으로 올라가면 있다. 가게 외관부터 범상치 않음이 느껴진다.
메뉴는 후라이드치킨과 치킨버거가 메인이고, 사이드 및 음료로 구성되어있다. 후라이드치킨과 치킨버거는 매운단계를 설정할 수 있는데, 0부터 4단계까지 있다. 각 단계별로 소스의 재료가 달라지는데, 매운단계 구성은 아래와 같다.
롸카 두들 내쉬빌 핫 치킨 핫 레벨
0단계: 소스없음
1단계: 카이엔페퍼
2단계: 하바네로
3단계: 캐롤라이나 리퍼
4단계: 캐롤라이나 리퍼 추가(+900원)
개인적으로 3단계는 입술이 얼얼할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매운걸 좀 먹는다'하면 2단계가 마지노선이고, 불닭볶음면도 못먹는 사람은 1단계도 버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라이드 치킨에 딸려나온 저 랜치소스가 진짜 압권이다. 본인이 드레싱을 구분하는 기준은 랜치드레싱과 그 외의 것으로 나눌정도로 랜치 처돌이인데, 이집 랜치소스는 저 치킨의 매운맛과 어우러져서 정말 기가막힌 맛을 자아낸다. 그리고 롸카두들 내쉬빌 핫 치킨의 치킨버거는 치킨버거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맛있다. 맘스터치 싸이버거하고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손과 입에 기름을 질질 뭍혀가며 고개를 처박고 먹다보면 어느새 뼈밖에 안남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치킨은 미국에서 먹는 치킨보다 더 맛있다. 미국 맛이 그리울때마다 생각나는 집이다.
이건 얼마 전 집에 포장해왔을 때 찍은 사진인데, 3단계이다. 0단계부터 있는걸 깜빡하고 무턱대고 3단계를 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뚜껑을 열었을때 그 매운냄새를 생각하면 아직도 코끝이 찡해진다. 위 1단계 후라이드 치킨의 색상과 비교하면 확실히 색이 다르다. 이게 얼마나 매운거냐 하면,
무려 지구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라는 것이다. 하하. 정말 저때 집사람하고 둘이서 입술 퉁퉁 부어가지고 있었던걸 생각하면 정말 아직도 아찔하다. 하하하. 작년에 압구정에도 지점이 생겼다고 하니, 치킨을 좋아하거나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가보도록 하자.
이태원과 압구정 위치. 이태원은 당연스럽게도 주차 불가하며, 압구정은 매장에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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