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맛집?] 송죽장 고추쟁반자장, 가지튀김 후기

사 먹은 것 리뷰 / / 2020. 5. 6. 16:52

 이전 직장에서 모시던 본부장님이 나름 미식가셨는데, 본부장님이 어느날 우리부서 부서원 몇명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었다. 그렇게 여의도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이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의 뭔가 엄청 오래된 포스를 풍기는 중국음식점인 '송죽장'이었다. 다른 것은 기억이 안나는데, 묘하게 고추가 팍팍 들어간 쟁반자장 만큼은 계속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집도 가까우니 집사람과 한번 가보았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그냥 로드뷰 이미지 캡쳐.

 지금은 송죽장의 간판이 신식으로 바뀌었는데, 작년에 갔을 때만 해도 대문짝만하게 松竹莊(송죽장) 이라고 써있어서 엄청난 포스를 내뿜었었다. 송죽장의 바뀐 간판은 뭔가 그때보다 포스가 덜해진 느낌이다. 앞의 동으로 도금된 사자상도 영 안어울리고. 

 사실 영등포 송죽장은 맛집이라기 보다는 별미로 한번씩 찾을만 해서 제목에 [영등포 맛집인가?] 라는 타이틀을 달아 두었다. 아마 찾아보면 후기도 그저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등포 송죽장에서 한번쯤은 먹어보아야 할 별미라 하면 '고추쟁반자장'과 '가지튀김'이 있는데, 맛을 먼저 평가해보자면 '한번씩 생각나는 맛'이다. 뭔가 대단히 맛있지는 않지만 한번씩 생각은 나는 그런 맛. 영등포 송죽장은 그런 집이다. 

 

식탁의 소스병 옆에 메뉴가 꽂혀있으니, 메뉴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지 말도록 하자.

 영등포 송죽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들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가지튀김과 간풍가지는 별도로 표기되어 있다. 가격은 보통의 중국집 수준이다. 고추쟁반자장 외에 고추짬뽕고추잡채를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송죽장 추천메뉴: 고추쟁반자장, 고추잡채, 가지튀김

 영등포 송죽장의 특이점으로, 으레 술집에서 홍합탕이나 오뎅국을 기본으로 주는 것 처럼, 짬뽕국물을 기본으로 준다. 이건 메뉴와 관계없이 기본 세팅이다.

기본 제공되는 짬뽕 국물.

 맛은 그냥 입을 헹구는 용도로 생각하면 좋다. 볶음밥 시키면 쥐꼬리만큼 나오는 짬뽕 국물보다 훨씬 호쾌하고, 뭔가 더 대접받는 것 같은 기분이므로, 맛에 대한 평은 하지 않겠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송죽장은 흔히 기대하는 맛집이 아니다.

 

대망의 고추쟁반자장

 송죽장의 고추쟁반자장은 미리 잘라져서 나온다. 하도 가위를 달라고 하니까 차라리 잘라서 내어주는 모양이다. 마치 빈대떡을 4등분 한 것 마냥 4등분 되어 나온다. 참고로 송죽장의 음식은 바쁜시간과 안바쁜 시간 사이에 맛의 편차가 엄청 크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되도록 바쁜시간은 피하도록(평일 점심시간) 하자. 그리고 종업원들이 그다지 친절한 편이 아니니까 마음가짐을 편히 하고 가도록 하자.

 송죽장의 고추쟁반자장은 일반적인 쟁반자장에 청양고추를 가미한 것인데, 갓 볶아 고소한 자장과 칼칼한 고추의 맛이 어우려져 상당히 깔끔한 자장면의 맛이다. 여기에 씹으면 입안 가득 육향이 퍼지는 돼지고기도 많이 들어있어 맛의 조화가 상당하다. 그렇지만 자장면은 자장면. 자장면의 맛을 초월하지는 못한다. 정말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한번씩 생각나는 자장면'이다. 뭔가 색다른 칼칼한 자장면(자장면에 고추가루를 넣은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집사람도 '생각보다는  괜찮아서 맛있게 먹는다'는 식이었다.

 

가지튀김의 자태. 이게 小 사이즈임.

 영등포 송죽장의 가지튀김은 가지만 튀긴것이 아닌, 가지 사이에 고기를 넣어 튀긴 것인데, 이 또한 맛의 조화가 상당하다. 나하고 집사람은 가지를 엄청 좋아해서 중국집에 가지메뉴가 있으면 한번쯤 꼭 시켜보는데, 집사람도 역시나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하더니 먹고나서는 매우 만족스러워 한다.

가지튀김의 단면. 사진의 퀄리티가 좋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별도의 소스 없이 간장을 찍어먹으면 되는데, 생각보다 훨씬 담백하고 고기의 육향이 쓰멀쓰멀 올라와서 제법 괜찮은 맛을 낸다. 추가적으로 고추쟁반자장의 자장소스를 얹어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간풍가지는 다음에 연남동에 있는 '하하'와 비교해서 먹어봐야겠다.

 

음식 남기면 벌받는다.

 영등포 송죽장이 대단한 맛집이 아니다보니, 무턱대고 여기에 꼭 방문할 것을 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래의 경우에 한하여 영등포 송죽장에서 고추쟁반자장을 먹어볼 것을 권한다. 이 외에는 굳이 영등포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어 보이며, 어디까지나 '한번 쯤 먹어볼만하다'는 수준에서의 추천이다.

 

1. 나와 나의 일행이 영등포 근처에 있으면서 뭔가 깔끔한 느낌의 자장면이 먹고싶을 때

2. 나와 나의 일행이 타임스퀘어에 가서 중국음식이 먹고싶어 딘타이펑에 갔는데, 딘타이펑의 대기인원이 많아 기다리기 싫을때.

3. 나와 나의 일행이 타임스퀘어에 갔는데 정말정말정말로 먹을게 없어서 걱정(고민의 수준을 뛰어넘어, 이제는 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일 때.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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